지구별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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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진관


지구별 사진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 최피디가 드디어 책이 나왔다. 원래 방송사 피디가 되고자해서 PD라는 별명으로 불러줬는데, 피디는 안되고 다른거 한단다. 어째거나 나에게는 최피디다.

지구별 사진관.
나 스스로도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지구라는 동네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피디의 시선은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아름다운 사람들으로 가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때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것이 목적이라, 책 표지에 나온 것 같은 드넓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과 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느순간, 그는 여행에서 사람의 얼굴을 찍는 것에 재미를 들이고, 또 어느 순간 사람의 따뜻함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의 책에는 이런 따뜻한 사람들의 사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피디. 그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몇날 며칠을 이야기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실제로 거의 한달 동안 같이 여행하면서, 밤마다 포복절도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바로 최피디다.
그런 그는 참 재주가 많다. 여행전부터 만지던 카메라는 이제 하나의 경지에 도달했고, 어느 프로 사진작가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여행하면서 가방 하나 전체를 카메라와 렌즈, 사진을 정리하기 위한 노트북으로 가지고 다니는 친구. 카메라도 가벼운 놈도 아니고, 캐논 D1  제일 무거운 놈에다가 렌즈만 종류별로 3개나. 물론 플래쉬도 함께. 그렇다보니, 가방의 무개가 15킬로나 되었는데, 항상 그에 몸에는 이 카메라 배낭이 들려 있었다. 그 무게때문인지 이번에 나온 책에 실린 사진도 그 퀄리티가 엄청나게 좋다.
사실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보다 이 친구의 책은 사진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훨씬 보기 좋은 책이다. 인물 사진을 잘 찍는 법. 어떻게 잘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지 알려주지는 않지만, 좋은 사진이 어떤건지를 표본으로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그의 책에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 하나. 이런 종류의 수많은 이야기를 최피디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50달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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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아직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날은 씨엠립에서 유명하다는 절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길을 잘못들어 이리저리 좁은 골목을 헤매고 있는데 세명의 어린 아이들을(소녀2, 소년1) 만났다. 이들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빨간 완두콩같은 거였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시늉을 하며 먹는 거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란다. 그러고 보니 먹지는 않고 줍는 즉시 치마폭에 정성스레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삼십여분을 보았을까 아이들은 콩깍지의 모든 콩을 다까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따라갔다. 콩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앞에 도착했다.
그러더니 세명이서 나무둥치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비가 내렸으니 당연히 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나도 발로 찼다. 내가 힘이 더 세니 물이 더 많이 떨어졌다.
그러자 가장 언니로 보이는 아이가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많이 올라본 솜씨였다. 한 10여미터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나무를 발로 찬 이유가 안미끄러지게 올라가기 위한 거였다. 아이가 떨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받을 수 있게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었다. 언니는 나뭇가지를 타고 내 팔뚝만한 콩주머니를 다섯개정도 따서 아래로 떨어뜨렸다. 나머지 두 아이는 그 콩을 주워 돌에 내려치기 시작했다. 나도 하나를 집어 내려쳤다.
안에는 초록색 콩이 예쁘게 들어있었다. '이 콩도 주우려는 건가?' 언니는 조심조심 안전하게 내려왔다. 그 사이 아이들은 콩주머니를 다 열어놓은 상태였다. 세명이 바닥에 앉아 콩을 먹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한시쯤. 점심시간이었다. 물도 없이 아이들은 빗물에 혀를 적셔가며 콩을 삼키고 있었다.
한창 커야할 나이에 콩이 왠말이냐. 오빠가 돈을 보태주마.
아니 그런데 주머니에는 평소엔 많던 10달러짜리는 다 어디가고 50달러지폐만 달랑 있었다. 50000원이면 너무 많은데. 이돈은 여기 평균월급 아닌가.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 큰길로 뛰어나왔다. 이리저리 환전을 하러 돌아다녔지만 50달러는 여기에선 너무 큰돈이었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커다란 마사지업소에 들어가 결국 10달러짜리 5개로 바꿨다. 시계를 보니 아이들을 떠난 지 30분 정도 지났다. 제발 그자리에 있어야 할텐데. 얼른 뛰어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들이 있던 자리엔 빈 콩깍지만 나뒹굴고 있었다. 그 주변을 한시간여 동안 샅샅이 뒤졌다.
지나가는 스님을 잡고 어린아이 세명 못봤느냐 물어보기도 하고 가판대에서 바나나를 파는 아줌마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아이들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한손에는 비에 잔뜩 젖은 10달러 5장을 쥐고 있었다. 그까짓 5만원이 뭐길래.
사실 여기에서나 그렇지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5만원이면 아이들이 당분간 콩을 주워먹지 않을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혹시 집에서 아파 누워계신 엄마 병원비라도 보탤 수도 있을 테고, 그래도 아니면 돈이 없어 그만둔 막내동생 학교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내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냥 줬어야 하는건데...

그 자리를 뜨는 순간 '그래도 5만원 굳었네.'라고 생각한 건 내 머리속의 악마가 한 짓이겠지?

위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뛰어가던지 아닌 예스24에서 구매를 해보자.
최피디가 좀더 궁금하다면, 그의 싸이월드네이버 블로그를 가보자. 기가 막힌 사진들이 당신의 시야를 가릴것이다. 책을 사지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가볼만하다.
뭐, 최피디 이친구 최근에는 네셔널 지오그라피에서 상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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