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첫날, 야딩 한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낙융목장의 아침


야딩. 1930년대 한 영국인 탐험가가 이곳을 지나치며 샹그릴라라고 칭했고, 다시 이곳을 찾기를 원했으나 몇번의 탐사를 시도해도 결국 이곳을 찾지는 못했다. 1950년대 중국의 서부 개발을 통해서 결국 잃어버린 샹그릴라가 바로 이곳 야딩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지금은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아든다.
지금 이곳은 중국 사천성의 몇안되는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살인적인 입장료와 함께)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얼어버린 우유해


평소 물빛이 우유빛같다고 해서 붙여진 산중의 작은 호수 우유해. 우리가 찾아갔을때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얼어 있는 모습이 더 멋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도 보기힘든 푸른색의 얼음을 우리는 마음껏 즐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눈앞에 펼쳐진 빙하


야딩은 3개의 설산으로 이루어져있고, 모두 6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이다. 트래킹 코스는 이 산들 중에 가장 앞쪽에 나와있는 산을 중심으로 한바퀴 라운딩을 하는 것이 주요 코스이다.
3개의 설산은 모두 그 생김이 성스럽다고 하여, 현지 티벳인들은 모두 신들이 살고 있는 성산들로 생각하며, 이 곳을 라운딩 하는 것을 하나의 수행의 방법으로 택하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최피디, 그리고 마눌님


이곳 야딩을 방문한 우리 3명은 열심히도 걸었다. 상당히 힘들고 다들 지쳐있어서 멋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멋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여행을 끝내고 이 사진을 보고 최피디는 감동을 하더라. 우리가 과연 이 곳을 다녀왔단 말인가.
어떤 캐나다 여행객은 이곳이 록키산맥보다 더 웅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여기가 끝인가?

어느 산마루에 올라 우리는 그곳이 끝인줄 알았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이곳만 넘으면 내리막이고 트래킹의 끝인줄 알았다. 기분족게 포즈를 한번 취한 우리 마눌님과 최피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멋진 포즈의 최피디

최피디의 카메라로 내가 찍은 사진. 역시 사진은 카메라가 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매마른 대지


매마른 대지. 우리는 걷고 걸었다. 이저 저기 보이는 길을 따라가면 마을이 나올거야. 그래 그럴거야.
우리는 충분히 걸었잖아? 아침 9시가 조금 못되어서 출발한 트래킹은 이제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불행히도 점심 먹을 거리를 챙겨오지 않았고, 6시간이면 하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나붓기는 깃발들

이곳이 신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성스러운 지역인 만큼 많은 티벳인들의 종교적 표식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적 표식은 우리의 길잡이를 해주었다. 만일 이런 표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자연보호구라고는 하지만, 낙융목장을 지나서면 중국 정보는 관광객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티벳인들이 남겨놓은 깃발과 돌무더기 만을 보고 길을 찾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젖됐다. 시바


우리는 절망했다. 너무나 절망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해서 7시간을 걸었지만 끝이 나오지 않았다. 내리막과 오르막을 계속 반복하며 우리는 걷고 걸었다. 산중에는 물도 없고 인가도 없다. 우리는 먹을 것도 마실물도 거의 떨어져간다. 하지만, 마을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힘이 남아 있는 나는 빠른 걸음으로 바로 앞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언덕을 올라갔다. 저 언덕만 넘으면 마을이 나올거야. 그래 아마 그럴거야. 하지만, 언덕 꼭대기에 ㅗ착해 보니, 마을은 커녕 다시 내리막과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뒤따라오는 마눌님과 최피디를 향해 나는 외쳤다.
"야. 좆됐다."

그렇게 OTL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정상에 버려진 막대기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는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4700미터. 우리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정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지쳤다.
우리와 같이 이렇게 힘겨운 고행을 한 흔적들.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산에서 주워서 자신의 지팡이가 되었던 막대기들을 이곳 정상에 무수히 버려놓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1월 1일, 중국 사천 야딩, 정상에서 마지막 웃음


정상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끝이다. 진짜 끝이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 6시. 산아래에 마을이 보인다. 빨리 내려가면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미 해는 뉘엇뉘어 지고 있었다. 서둘러야한다. 서둘러야한다.
배는 고프고 다리는 아프고 정신은 없었다. 하지만 조난 당할수는 없다. 내려가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하산을 시작했다. 7시가 되자 이제 컴컴해진다. 아직 마을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내려갈 길은 아직도 멀다. 산길이 그렇게 멀어보이기는 또 처음이다. 7시 30분이 되지 아무것도 안보인다. 어둠이다.
산중이라 가로등이 있을리없고, 앞에서 말했지만 정부에서 관광객을 위한 등산로를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라 어디가 길인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랜턴은 너무 어두워서 쓸모가 없고, 최피디가 가지고 있는 랜턴 하나에 3명이 길을 다잡아간다.

내려가다 내려가다 결국 길을 잃었다. 이길도 아닌것 같고 저길로 가도 가시밭이다. 마눌님은 울려고 한다.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길을 찾는다. 찾다보니 어딘선가 조그마한 불빛이 보인다. 살았다.
우리는 급한 마음에 "웨이~(중국말로 여보세요)", 심지어 한국말로 "누구 있어요?"하고 소리친다. 중국에서 한국말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바보들이 되었다. 하지만 기적 같이 어디선가 "누구세요?"하고 우리에게 대답한다. 한국말로. 기적이다.

소리나는 곳으로 찾아가다 우리는 황소 한마리를 만났다. 황소의 부리부리한 눈이 랜턴 불빛을 받으니 악마의 눈처럼 보인다. 깜짝 놀랐다. 아마 소가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못해봤다.

소리가 난 곳은 야딩 풍경구 안에 있는 조그마한 절로, 그 앞에는 매점을 하고 있는 집이었고, 손님들이 돈을 내고 재워달라면 재워주기도한다. 다행히 그날 어떤 한국인 여행객 한명이 야딩에 늦게 도착해서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고 잠잘 준비를 하다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 우리는 아무것나 먹기로 하고 컵라면을 시켰다. 맥주도 있었다.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던 우리는 가리지않고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야딩 트래킹은 끝났다. 2006년의 새해 첫날을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보냈다. 하지만, 우리의 1년이 넘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야딩을 방문하는 여러분에게. 한가지 충고.
야딩을 라운딩 한다고 생각하면 일정은 절대로 1박 2일로 잡아야한다. 첫날은 5시간 정도면 낙융목장에 도착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둘째날은 14시간 정도의 산행이 있으므로, 아침 일찍 세벽밥을 지어먹고 출발해야한다. 산중에는 물이 없으니 충분한 식수와 먹을 거리를 준비해야한다. 그리고 랜턴도 꼭 챙겨야하고.
쉬운 트래킹 코스는 아니므로, 반드시, 반드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두도록.

Trackback 0 Comment 2